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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1960 | 2018-04-27 19:14
선운사의 동백과 학원농장 청보리축제
헤어진 지 10여년 만에 부산에서 친구부부가 여행 삼아 갑자기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디로 안내할까 고심하다가 고창 선운사 들렀다가 학원농장 청 보리밭을 보러 가기로 계획 하였다.
친구부부는 부산에서 새벽 6시쯤 출발하였다는데 9시 반이 좀 지나자 도착했다. 10여년만의 재회인데도 그 때 그 모습 그대로이다. 마치 엊그제 헤어졌다 다시 본 것 마냥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함께 아침을 먹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복중에 가장 큰 복이 만남의 복이라는데 이 부부한테 참 잘 어울리는 말이다.
드물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어서 더욱 설레고 행복한 날이다.
선운사 들어가는 길 초입에 거대한 바위를 온통 뒤덮고 자라고 있는 신기한 덩굴식물이 눈길을 끈다. ‘송악’이라 불리우는 천연기념물이다. 파릇파릇 돋아나기 시작한 나뭇잎들로 온 산이 연두 빛으로 싱그럽다. 계곡을 따라 걸어 들어가는 산책로는 언제 와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최고의 힐링 코스이다.
계곡 따라 왕복 한 시간 정도 산책하고 내려와 선운사 경내로 들어갔다. 대웅전 뒤쪽 언덕에 있는 동백 숲으로 가 보았다. 이 곳에는 수령이 500년이 넘는 아름드리 동백나무 3000여 그루가 있고 천연 기념물 제 184호로 지정되어 있다. 우리나라 최북단 동백꽃 군락지라고 한다. 나무아래 핏빛 같은 붉은 꽃잎이 흩어져 있는 것이 왠지 처연하게 느껴진다.
선운사 방문을 간단히 마치고 내려와 점심을 먹고 청보리 밭을 향해 출발하였다. 학원농장은 선운사에서 자동차로 20여분 이상 달려서 찾아간 외진 곳이었지만 청보리 축제를 보러 온 인파로 가득하다. 막 입이 돋아나기 시작한 학원농장 가로수길을 따라 걸으며 청보리 밭을 보는 게 전부인데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인파로 붐빈다. 드럼통을 파서 객차를 만들어 연결한 깡통기차가 연신 관광객을 실어 나르느라 바쁘다. 무공해 차량이어서 보리밭과 참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다. 너른 들녘에 융단처럼 펼쳐진 푸른 보리밭을 배경으로 친구, 연인, 가족끼리 추억의 사진을 찍으려고 이 골짜기까지 사람들이 이리도 많이 찾아온다.
보리밭 건너편에 노란 등을 가득 밝혀 놓은 듯 샛노오란 유채 꽃밭이 펼쳐져 있다. 오후의 햇살을 받아 눈이 시리도록 고운 유채꽃의 빛깔을 폰 사진으로는 자연그대로 담아 낼 수 없어서 안타깝다.
학원농장의 청 보리 축제는 특별한 프로그램도 없고 다양한 볼거리, 놀 거리, 먹거리가 거의 없는 농장 개방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에 불만인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 청 보리밭과 유채 꽃밭에서 사진을 찍으며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글 수석기자 이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