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취재>5월의 산행 | 문화
관리자 | 조회 2012 | 2018-05-03 19:27
계룡산, 갑사에서 동학사 가는 길
야호!! 신록의 계절 5월의 첫날, 모처럼 평일에 맞이한 고마운 휴일이다.
나날이 푸르름이 더해가는 숲속의 상쾌한 공기와 바람소리를 찾아 올 들어 첫 산행에 나섰다.
목적지는 공주 계룡산이다. 전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어서 느지막이 출발하였더니 공주에 정오가 지나서야 도착하였다.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공주 산성시장 내에 있는 50년 전통의 국수집을 찾아 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전날 밤에 모 방송국에 방송이 되었던 까닭에 수 십여명이 줄을 서 있다. 40여분을 기다려서 나온 국수는 특별히 맛있는지는 모르겠고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가 고프니 맛있게 먹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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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계룡산 갑사 입구에 도착하니 오후 2시가 다 되었다. 아침 일찍 서둘러 왔더라면 이미 하산할 시간이다. 제대로 된 산행 코스를 완주하기는 무리일 듯 싶어서 왕복 세 시간 정도 거리만 갔다 오기로 하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주차장에서 갑사 올라가는 길, 양쪽에 아름드리나무들이 줄지어 서서 방문객을 맞아 준다. 연두 빛 나뭇잎이 너무나 싱그럽고 예쁘다.
우리나라 명산 어디나 유서 깊은 사찰이 자리하고 있는데 계룡산도 예외는 아니다. 갑사와 동학사, 신원사 등 유명한 절이 3개나 있다. 심신을 수도하기에 무척이나 좋은 산인가 보다. 갑사는 유명한 절 치고는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 부처님 오신 날이 가까워서 절 마당 가득히 오색의 연등 수백 개가 만국기처럼 걸려 있다. 고요한 산사와 대비되는 화려함이 인상적이다. 절 마당에 있는 약수를 한 모금 마시며 잠시 땀을 식힌 후, 본격적인 산행 길에 올랐다.
갑사까지는 포장된 길이지만 갑사를 지나면 바로 돌투성이의 산길로 이어진다. 산으로 들어서니 경쾌하게 흐르는 시원한 계곡물소리가 머리와 마음까지 깨끗하게 씻겨준다. 지리산 만큼 깊고 웅장하지는 않지만 수량이 풍부한 계곡을 따라 걷는 산길이 지리산 못지않게 좋은 명산이다. 길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접근성도 좋아서 올 여름 피서지로 결정했다.
갑사에서 완만한 산길을 따라 30분 정도 올라가면 자그마한 폭포가 나온다. 용문폭포다. 폭포에서 기념사진을 서너 장 찍고 목적지인 신흥암으로 향했다. 경사가 수직에 가까운 백 여미터의 계단을 한참 올라간 후 다시 오르막을 한 번 더 올라가니 산 중턱에 암자 몇 개가 단촐하게 모여 있다. 신흥암 위쪽 산에는 우뚝 솟은 기암괴석이 마치 절을 호위하듯이 내려다 보고 있다. 벤치에 않아 잠시 쉬면서 푸르름 가득한 오월의 숲을 두 눈과 가슴에 듬뿍 담았다.
동학사까지 갔다 오려면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 신흥암을 정점으로 하산하였다. 하산 길에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10초 이상 담그기 힘들 정도이다. 심산유곡에 앉아 있노라니 다시 속세로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작은 오두막이라도 짓고 욕심 없이 자연을 벗 삼아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불현 듯 스쳐간다. 언젠가는 그리 한 번 살아봐야지 즐거운 상상을 하며 산을 내려왔다.
다시 갑사에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 가로수가 우거진 이 길에 단풍 든 가을 경치도 정말 예쁠 것 같아 다시 오고 싶다.
글 이상희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