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취재>제 6회 무주산골영화제 | 문화
관리자 | 조회 2104 | 2018-06-28 21:31
푸르름 가득한 자연속의 낭만 영화제
낭만과 쉼이 있는 제6회 무주산골영화제가 6월21일에서 6월25일까지 4박 5일간 수준높은 영화상영과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알차게 준비하여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연인원 2만 9천여명이 찾아와서 5개의 실내상영관과 등나무운동장, 덕유산 국립공원 대집회장 야외상영장이 매 시간 관객들로 대성황을 이루었다.
지난 토요일 오후 찾아간 ‘산골영화제’ 축제장은 오후 늦은 시간이 가까워 올 수록 점점 더 많은 인파가 모여들고 있었다. 주 행사장인 등나무 운동장에는 여러 개의 커다란 차양막 아래 관람객들이 돗자리를 깔고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한 채 각자 편하고 자유스런 분위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 두 군데에 대형 스크린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영화상영과 더불어 중간에 공연과 토크, 산골책방 등 이벤트도 준비해서 종일 있어도 심심할 겨를이 없도록 프로그램을 알차게 준비해서 진행하였다. 시골영화제라 사실 큰 기대 없이 왔는데 여느 유명 영화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수준이 높아서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도 자연 속에서 힐링하면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도시영화제는 결코 꿈꿀 수 없는 매력이다.
등나무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아 본 후 무주전통문화관에서 상영하는 독일영화를 관람하였다. 여주인공 아스트리드는 쇼 막간에 나와서 사람들을 웃기면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탠드업코미디언이다. 첫째 딸아이가 있고, 둘째아이를 임신하고도 열심히 무대에 서는 열정적이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런데 태아가 다운증후군인걸 알게 되고 출산할지 인공유산할지의 기로에서서 갈등을 하다가 출산하기로 공언을 한다. 하지만 업친데 덥친격으로 뱃속의 아기가 심장이 불완전하다. 출산 후에도 위험한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아야 하는 상황이 전개 되고 여주인공은 다시 한 번 심한 고뇌에 휩싸인다. 결국 그녀는 24주만에 아기를 포기하고 유도분만으로 사산을 하게 된다.
여주인공이 고통스러운 현실을 맞딱뜨려서 고뇌하고 갈등하는 심리를 섬세하게 연기해서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현실감이 있었다. 숨진 채 세상에 나온 아이를 안고 주인공 부부가 오열하는 장면은 너무나 슬퍼서 저절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어쩌면 나 역시 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론 생과 사를 인위적으로 다룬다는 것이 부자연스럽고 부당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좀 무거웠다.
두 번째 영화는 무주 산골영화관에서 보았다. 축제기간 상영되는 모든 영화는 무료관람이다. 이 곳에서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라는 다큐멘터리영화를 보았다. 20세기 미국의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하나인인 제임스 볼드윈이 미국흑인민권운동의 중심 인물인 마틴 루터 킹, 맬컴 엑스, 메드가 에버스의 이야기를 쓴 30페이지 분량의 미완성 에세이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스토리는 백인 중심의 세상에서 흑인의 민권을 옹호하기 위해 투쟁한 세 인물의 삶과 피살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흑인인권 운동의 역사를 다룬 생생한 기록물인 동시에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역시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이미지를 갖고 있지는 않은지 질문하고 있었다.
제일 가보고 싶었던 덕유산 중턱 야회 상영관을 못가서 무척 아쉬웠다. 인터넷 사진을 보니 한 밤에 영화관 경사각도와 비슷하게 경사진 언덕에 누워서 관람하는 광경이 무척이나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밤에는 침낭이랑 겨울파카를 준비해야 할 정도로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 사전에 준비 없이 가서 올 해는 아쉽지만 당일치기 여행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 외에도 휴양림상영관과 반딧불이로 유명한 서면 마을 야외상영관이랑 두루 다 돌아보려면 1박2일 혹은 무박 2일은 해야 할 것 같다. 벌써부터 2019 ‘산골영화제’가 기다려진다.
글 이상희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