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취재>7월의 산행 | 문화
관리자 | 조회 2139 | 2018-07-14 13:21
뱀사골 비취빛 물길 따라 와운마을까지
장마가 채 끝나지 않은 지난주 토요일 시원한 계곡이 있는 지리산 쪽으로 산행을 나섰다. 아직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조금 일찍 찾아 간 지리산 뱀사골은 날이 선선하다 못해 살짝 춥기까지 했다. 남원을 지나 경상북도 함양방면으로 50여 킬로미터를 더 달려서 지리산 뱀사골에 도착하였다. 도로변에 차를 주차하고 뱀사골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자 길 왼편에서 계곡물 소리가 마치 폭포수처럼 크게 들려왔다. 푸른 나뭇잎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물빛이 수정처럼 맑고 깨끗하다.
와운마을 탐방길 입구에 들어서니 세차게 흐르는 계곡 물길 따라 숲 그늘이 드리워진 운치 있는 데크길이 기분 좋게 이어진다. 맑은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편안한 숲길을 걸어가는 기분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쾌하다. 군데군데 연못처럼 고여 있는 물빛이 선명한 비취색이다. 사진으로 본 중국 구체구의 물빛과 거의 흡사하다. 와운마을까지 2.3킬로 구간 내내 계곡길을 따라 걸어가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경치에 감탄사 연발이다. 비취색 물빛이 하도 고와서 가는 내내 사진을 찍고 또 찍는다. 매주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뱀사골 계곡은 길에서 접근성이 좋고 계곡이 넓어서 물놀이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걷다가 도중에 계곡 아래로 내려가서 발을 담갔다. 물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들어간 지 얼마 안돼서 바로 물 밖으로 나와야 했다.
뱀사골 계곡의 볼거리는 비단 맑은 물 뿐만이 아니다. 숲 길 따라 기이한 모양의 고목들과 이름 모를 갖가지 야생화도 많이 피어있다. 또 계곡에는 기암괴석들이 곳곳에 많이 자리하고 있어서 자연의 조각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실제로 집채만 한 둥근 바위가 비슷한 크기의 다른 바위 위에 떡하니 올라 앉아 있는 모양이 무척이나 신기하다. 물살이 얼마나 거세었으면 저 큰 바위가 떠밀려서 올라 앉았을까? 자연의 힘 앞에 새삼 마음이 겸허해진다.
시원한 숲 그늘을 벗어나서 작은 다리를 건너가니 가파른 오르막 아래 와운마을 안내표지가 있다. 700미터를 더 가면 와운 마을이다. 그런데 그늘도 없는 포장도로인데다 가파른 오르막이다. 10여분을 헉헉거리며 올라가서 마을에 도착했다.
해발 약 800미터 심산유곡에 자리한 와운 마을은 산이 높고 골이 깊어 구름도 누워간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눈골 또는 누운 골 이라고도 한다. 총 아홉 가구가 살고 있다고 하는데 마을이라기보다는 거의 민박 촌이다.
마을 뒤 언덕위에는 천연기념물 424호로 유명한 천년송이 독야청정의 자태로 기품있게 서 있다. 실제 수령은 500년 정도라고 한다. 별명이 할머니나무 인데 이렇게 위풍당당하고 멋진 나무에 할머니나무라는 별명이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좀 더 위쪽으로 올라가서 뒤에서 바라보니 양팔을 넓게 벌리고 손주들을 넉넉하게 품어주는 할머니의 인자스러움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할머니 나무에서 200미터쯤 올라가면 할아버지 나무가 있다. 할머니나무가 강인하고 위풍당당한 느낌인데 반해 할아버지 나무는 오히려 다소곳하고 여린 분위기다.
천년송을 보고 나오는 길에 인근 식당에 들러서 도토리묵을 한 접시 시켜서 맛나게 먹었다. 뒷맛이 고소하고 약간 떨떠름한 것이 제대로 만든 맛이다.
이제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해 적당한 휴식과 피서가 필요한 시기이다. 올여름 무더위를 피해 휴식하기에 최고의 장소로 뱀사골 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
글 이상희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