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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리뷰>미쓰백 |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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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2045 | 2018-10-1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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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라도, 같이 갈래?”

 

 


한 달에 한 번 정도 평일에 심야영화를 보러 간다. 야행성 기질이 있어 밤에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기도 하고, 11시 이후 심야시간대는 영화비가 20%이상 할인되기 때문이다. 심야시간대여서 되도록 스릴러물이나 폭력물은 피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선호한다. 영화 미쓰백은 스릴러로 분류되어 있어 망설여졌지만 휴머니즘 드라마여서 보고나니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였다.

 

주인공 백상아는 (한지민)성폭력 현장에서 정당방위를 하다가 일어난 살인미수로 어린 나이에 졸지에 전과자가 되어버렸다. 출소 후 본명보다도 미쓰백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며 마사지샵 직원으로 일하면서 남는 시간에 세차장아르바이트 등 험한 일도 마다않고 억척스럽게 일만하며 살아간다.

 

영화초반부에 허름한 주택가의 단칸방에서 한 구의 노인시체가 발견된다. 사건담당 형사 장섭(이희준)은 과거 성폭력 사건에서 미쓰 백을 돕다가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 줄곧 헌신적으로 돌봐주고 있는 경찰이다. 장섭은 이 시신이 백상아의 어머니임을 알게 되어 그녀에게 어머니의 부고를 전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심한 폭력을 당하고 결국 버림받은 미쓰백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야멸차다.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와 성폭력피해의 기억 때문에 그녀의 마음은 꽁꽁 얼어붙어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스스로를 얼음상자에 가둔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녀의 눈앞에 추운 겨울 골목길에서 내의차림으로 추위에 떨며 서 있는 상처 투성이의 어린 소녀 지은이 나타난다.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듯 하다. 지은은 게임중독에 빠진 폐인 아빠와 아빠의 여자친구에게 상습적으로 잔인하게 폭행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지은을 애써 외면하려 해보지만 그럴수록 신경 쓰이고 더욱 눈에 밟힌다. 미쓰 백은 너무나 자신을 닮은 아이를 도저히 외면할 수 없어 결국 아이를 구하기 위해 혼자 힘으로 세상과 맞선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부실한 사회 안전망과 아동학대 가정의 추악한 실상과 맞닥뜨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게임중독에 빠진 지은의 아빠 일곤(백수장)과 계모 미경(권소현)처럼 뒤틀린 밑바닥 군상들조차 안쓰럽게 바라본다.

 

영화 후반부에서 주인공 미쓰백은 베란다 바닥에 죽도록 방치된 상태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지은을 안고 유괴범이 되어 도망친다. 함께 밤을 지내면서 미쓰 백은 지은에게 이런 라도 같이 갈래?” 라고 묻는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 지켜줄게라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어린지은이 다가와 그녀의 목을 안고 울먹이며 대답한다. “ 같이 가요.... 나도 지켜 줄게요.” 짧은 대화 속에 서로를 마음 속 깊이 받아들이는 이 장면이 가장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 명장면이었다. 어린지은의 상처를 보듬어 않으면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미쓰 백의 심리변화를 따라 나의 마음도 충격과 분노에서 연민과 희망으로 함께 물들어갔다.

 

이 영화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제작된 영화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어두운 그늘에서 두려움과 공포에 떨며 숨죽여 울고 있을 아이들이 자꾸 생각나서 내내 마음이 편치 않다. 가족 간의 폭력은 잘 모르는 타인에게 당하는 폭력보다 더 깊은 상처와 후유증을 남긴다. 부디 어린이 보호를 위한 사회 안전 장치가 더욱 공고해지고, 가정 내 폭력이 근절되어서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글 이상희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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