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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1981 | 2018-11-08 17:26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의 필수 조건
평화와 인권을 위해 고통을 겪고 노벨평화상을 받는 것도 어렵고 경험이나 상상력으로 노벨문학상 후보가 되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과학 분야의 노벨상이 훨씬 더 어려운 이유는 개인적 노력만으로는 달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불경기에 2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가진 일본이 부러운 이유는 노벨상이 기술혁신으로 이어져서 결국 국력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번 노벨생리의학상은 면역력이 과도해지지 않도록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PD-1이라는 분자를 조절함으로써 암을 치료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자기 체내의 면역세포로 암을 물리치게 하는 특허이다. 이 특허를 활용한 암의 면역치료약에 대한 예상된 년 매출은 45조 정도이다.
‘해리포터’가 영국에 누적으로 30조 정도를 안겨주었다는데, 이번 신약은 매년 수십조를 일본으로 흐르게 할 것이다. 일부는 2차 투자를 한 미국의 벤처기업이 가져갈 것이다. 자기 신체의 면역력으로 암을 치료하게 되면 방사선 치료나 약물치료의 부작용이 없다. 따라서 이번 신약은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엄청난 발견을 계속 연구하다가는 회사가 망할 것이니 혼조 교수와 동업하지 말라고 충고한 집단이 있었으니 바로 일본 국내의 큰 제약회사들이다.
혼조 교수는 1차 동업자인 소규모 오노제약사와 함께 특허를 낸 후, 일본 내의 2차 투자자를 찾아보았으나 암의 면역치료는 번번이 실패한 방법이어서 국내 제약사들은 포기하라는 조언을 했다. 그런데 미국의 어떤 벤처회사는 1시간의 설명으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한다. 최소한 5년이 지나야 어떤 전망이 보이던 신약연구라서 투자는 쉬운 일이 아니다. 2차 투자자가 없이는 지속적 연구가 어렵다. 그래서 한국의 신약 연구자들은 그 성과를 외국 제약회사에 팔아넘기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렇게 2차 도약을 위한 투자자의 장기적 안목은 결정적인 갈림길을 만든다.
혼조는 암 전문의가 아니라서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만일 주변에 암전문의 친구들이 많았다면 면역치료를 방해하면서 다민족 괴짜 연구자들을 모으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우연히 발견한 분자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20년을 연마했다. 교토대의 재미와 개성을 중시하는 학풍과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1. 투자자의 장기적인 안목, 2. 재미와 개성과 다양성과 실패를 존중하는 분위기 3. 더 근본적인 조건으로 다음과 같다.
150년 전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은 엄청난 국가 재정을 투입해서 외국인 교사들을 고용하였고 과학 개념들을 익힌 일본학자들이 외국어를 모국어 개념으로 번역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 목적은 여러 개념들을 더 편하게 받아들이고 더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여러 생각을 모국어로 표현하고 소통하는 것과 외국어로 표현하고 소통하는 것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드러날 것이다. 한국은 일본에서 번역한 학문용어를 수입하여 쓰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우리 모국어와는 다른 이물감이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말로 철학하고 우리말로 과학하려는 시도를 초등교육부터 지속적으로 해가야 한다.
일본은 학술용어를 일본의 모국어로 적절히 바꾸어서 수많은 일본인들이 모국어로 첨단 공부를 하도록 했다. 2018 노벨생리의학상은 앞에 서술한 세 가지가 필수조건이었다.
이제 인공지능에게 새로운 신약을 상상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시대이다. AI는 신약 후보물질이 될 분자식을 추천한다. 세상 모든 빅데이터를 정리해서 보여주는 AI를 연구원으로 두게 될 미래의 연구자들은 개념들을 깊이 이해하면서도 무한한 상상력으로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모국어로 잘 번역된 개념어들이 중요해지며, 실패도 자산이라 여기는 학풍과 유행과 금기를 벗어나 개성과 재미를 마음껏 추구하도록 허용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고리들 (인공지능과 미래인문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