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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1943 | 2019-01-02 13:25
이념보다는 사람답게 사는 것이 우선
수용소 내에서 북측 포로들 중 자유세계의 맛을 본 전향자의 수가 자꾸 늘어가면서 강경파공산주의자들과 무력충돌로 인하여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을 계기로 수용소 소장이 교체된다. 새로 부임한 소장은 폭력사태로 실추된 수용소의 이미지를 바꾸어보려는 심산으로 사회에서 브로드웨이 댄서였던 잭슨(자레드 그라임스)상병에게 홍보용 댄스단을 만들 것을 명령한다.
댄스팀을 모집하기 위해 오디션을 열었지만 막상 오디션에 참가한 병사들 중에는 제대로 춤을 출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우여곡절 끝에 모집된 단원은 4명, 유명해져서 전쟁 통에 헤어진 아내를 찾고 싶은 강병삼(오정세)과 실제로 안무에 소질이 뛰어난 중국병사 샤오팡(김민호), 4개국에 능통하여 잭슨의 통역을 해 주는 소녀가장 양판래(박혜수)와 북한군 포로 중 전쟁영웅의 동생으로 한 때 예술단원이었던 로기수(도경수) 등이다. 로기수는 처음에는 제국주의 미제춤이라며 겉으로는 탭댄스를 경멸하지만 결국에는 춤을 추고 싶은 내면에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댄스 팀에 합류한다.
잭슨역으로 분한 자레드 그라임씨는 실제로 브로드웨이 최고의 댄서답게 영화시작부터 엔딩장면까지 환상적인 텝 댄스를 보여주어 관객들로 하여금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탭댄스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하였다. 웃음을 담당한 강병삼과 샤오팡이 콤비를 이루어 춤으로 대화하는 장면은 코믹하면서도 서로를 따뜻하게 위로하는 휴머니즘이 느껴져 가슴 찡한 감동이 있었다.
영화 중반부에 들어서면 이념 때문에 수용소에서도 남과 북으로 나뉘어 살인과 폭력이 난무하는 무자비한 폭동이 일어나고 순박한 농촌마을에서 조차 이념을 앞세운 ‘마녀사냥’이 자행된다. 미국과 소련이라는 거대 열강의 틈바구니에 끼여 남과 북으로 나뉘어 민족상잔의 아픔을 겪었던 슬픈 역사가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주인공 로기수와 4명의 댄서들은 내면에 들끓고 있는 자유와 희망에의 갈망을 춤에 담아 혼신의 열정을 다하여 성탄절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다시 한 번 탭댄스의 매력에 빠져드는 환상적인 공연이 펼쳐졌다. 신나는 리듬의 음악에 맞추어 현란한 발동작으로 추는 탭댄스는 관객들의 눈과 귀를 온통 사로잡기에 충분하였다.
영화 스윙키즈는 재미와 더불어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다시 되돌아보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만드는 영화다. 실화는 아니지만 베르너 배숍이라는 외신기자가 거제포로 수용소에 방문하였을 당시 포로들의 춤추는 사진을 모티브 삼아 탄생한 영화로 그 때 당시의 시대상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어떤 이념을 고수하기위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다면 그런 이념을 지키기 위해서 그 어떤 작은 희생도 치를만한 일말의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맴돌았다.
글 이상희 수석기자